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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드파리]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한국초연 10주년…두 콰지모도의 만남

관리자 │ 2015-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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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스런 내 영혼이 이 땅을 떠날 수 있게, 간절한 나의 사랑이 저 하늘에 닿을 수 있게.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 노래해요 에스메랄다~ 함께할 수 있다면 죽음도 두렵지 않아~!”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영원한 콰지모도’ 매트 로랑(48)과 ‘한국 콰지모도’

윤형렬(32)은 매 공연 이 장면에서 “눈물이 쏟아지고, 온몸에 전율이 인다”고 했다. 국적과

언어는 다르지만 무대 위에서는 ‘콰지모도’로서 동일한 삶을 살아 그런지 감성도 비슷하다.

사실 매트 로랑과 윤형렬은 실제 삶에서도 공통점이 많다. 둘 다 <노담>으로 뮤지컬 데뷔를

했으며, 큰 명성을 얻었다. 데뷔하기 전 두 사람 모두 가수로 활동했지만 그다지 인기를 얻진

못했다. <노담>이 두 사람의 인생을 ‘화려하게’ 바꾸어 놓았다.


‘평행이론’(서로 다른 두 사람의 운명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됨)이라 해도 좋을 만큼 비슷하다.

그래서인지 둘은 인터뷰 내내 맞장구치기에 바빴다. <노담> 한국 초연 10주년 기념 오리지널

(프랑스어 버전) 공연 차 한국을 찾은 매트 로랑과 윤형렬이 지난달 30일 마주 앉았다. 2007년

부터 매트 로랑이 한국에 올 때마다 만나 이미 친구가 됐다는 둘은 ‘진한 포옹’으로 인사를

나눴다.


한국 윤형렬
꼽추연기 200번
허리 수술까지
매트, 1000회 놀라워


프랑스 매트 로랑
옷이 무겁다니
혹을 솜뭉치로
윤, 내 덕인 줄 알아


“따지고 보면 제가 콰지모도 역으로 데뷔할 수 있었던 건 매트 덕분이에요. 제1집 앨범을 들은

프로덕션 관계자가 원조 콰지모도인 매트 목소리랑 비슷하다는 이유로 오디션을 제안했거든요.

매트는 제 우상이면서 은인이죠.” 2007년 한국어 초연 당시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콰지모도’

역을 따낸 윤형렬은 ‘성대를 긁는 듯한 허스키한 목소리’를 가진 매트 로랑의 공연 영상을 수없이

돌려보며 연습했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 윤의 공연 동영상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제 목소리인

줄 알았다니까요? 하하.” 매트 로랑은 공연이 있을 때만 한국에 오다 보니 윤형렬의 연기를 직접

보지 못해 너무나 아쉽다며 “전세계의 콰지모도가 모두 노래를 잘하지만, 겉은 터프하고 속은

부드러운 목소리를 가진 윤이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매트 로랑에게 이번 내한공연은 특별하다. 지난 16년 동안 곱사등이 ‘콰지모도’를 연기한 그는

2월 말께 한국에서 역사적인 ‘1000회 공연’을 맞게 된다. “첫 공연 때 일주일 만에 ‘콰지모도’로

변신해야 했어요. 금요일에 캐스팅이 돼 주말에 노래를 배우고 월요일에 파리로 가서 리허설,

토요일에 첫 공연을 했다면 믿어지세요? 그렇게 어설펐던 제가 1000회 공연이라니 기적 같아요.”

(매트), “와우~ 축하해요. 전 200회도 힘겨웠는데, 무려 5배인 1000회라니! 존경스러워요. 이쯤

되면 <노담>에 대한 애정을 넘어 사명감을 가질 만하죠.”(윤) 멋진 아티스트들과 아름다운 노래

를 부르며 전세계를 여행하고, 거기다 돈까지 버니 더없는 행운이라는 매트 로랑은 “아흔살이

돼도 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매트의 에너지라면 충분히 아흔살까지 가능하죠. 하하하.”

(윤)


두 배우 모두 만만치 않은 공연 회차를 소화하다 보니 ‘직업병’도 생겼다. 곱사등이 달린 콰지모도

의상만 무려 10㎏이 넘는데다 공연 내내 허리를 구부리고 다리를 절며 노래해야 하기에 ‘육체적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다. “처음엔 허리가 아프더니 나중엔 연기가 아니라 진짜 오른발을 절게

되더라고요. 2009년에 허리 디스크 수술을 받았어요. 초반이라 요령 없이 과하게 연기 욕심을 내

그런 것 같기도 해요.”(윤) “(등 쪽의) 혹이 지금은 솜이지만 예전엔 딱딱해서 훨씬 더 무거웠어요.

너무 고통스러워서 제가 (무게를) 줄여달라고 했죠. 윤, 너는 내 덕에 좀 편해진 거야.”(매트) 팀닥터

와 마사지사까지 따로 두지만, 고난도의 안무를 소화하는 댄서, 브레이커, 애크러배터들의 부상이

워낙 많아 배우들 치료는 뒷전이란다. “근육이 뭉쳐 치료받으러 가면 댄서들이 열댓명씩 줄을 서

있으니 좀처럼 기회가 없어요.”(윤) “주연 배우가 이렇게 홀대받는 공연은 아마 노담이 유일할 거

예요.”(매트)

 

둘의 대화는 직업병에 이어 ‘웃지 못할 실수담’으로 이어졌다. 지금은 유머로 승화했지만, 당시에는

며칠 동안 잠도 못 잘 만큼 괴로웠던 실수도 많았단다. “처형당한 에스메랄다를 밧줄에서 내려 끌어

안고 노래 부르는 마지막 장면에서 줄이 안 풀리는 거예요. 엠아르(녹음반주)는 흐르는데. 노래 1절

을 그냥 날려버렸죠. 눈물이 터져야 할 장면인데, 객석에서 ‘큭큭’ 소리가….”(윤) “하하하. 윤의 실수

담을 이길 순 없겠는데요? 음~ 전 지난해 싱가포르 공연 때 콰지모도가 바퀴에 매달려 벌을 받는

장면에서 바퀴만 무대로 나간 적 있어요. 다리를 절룩이며 나가서 바퀴에 올라타야 했죠. 식은땀은

나는데 우습기도 하고. 푸핫.”(매트)


한국어 버전이 매 시즌 흥행에 성공한 것처럼 프랑스어 버전 <노담> 역시 지난달 15일 개막 이후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콰지모도의 애끓는 절규와 함께 150분의 대서사시가 막을 내리면

객석에서는 언제나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두 배우가 생각하는 <노담>의 인기비결은 뭘까? “노담은

한국 사람들에게 익숙한 정서를 담고 있어요. 줄거리에서 왠지 <벙어리 삼룡이>가 떠오르지 않나

요? 거기에 춤과 노래가 시계태엽처럼 완벽히 맞아 돌아가는 예술성까지 갖췄죠.”(윤) “프랑스어

버전에도 환호하는 한국 팬들에게 놀랐어요. 아마 노래의 운율과 딱 맞아떨어지는 프랑스어의

아름다움을 한국 팬들도 느끼는 것 같아요.”(매트)


<노담> 자랑 삼매경에 빠진 두 배우의 수다는 애초 예정된 인터뷰 시간을 훌쩍 넘기도록 이어졌다.

“(한국 초연) 10주년에 인터뷰를 했으니 20주년 때도 꼭 함께 인터뷰를 하자”는 약속을 하고서도

아쉬움이 남는 듯 둘은 어깨동무를 하고 기념 셀카를 찍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섰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등록 :2015-02-08 19:21   수정 :2015-02-08 20:13

출처: [한겨레] http://www.hani.co.kr/arti/culture/music/67740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