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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2015] [공연 리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관리자 │ 2015-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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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들이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건 익히 알려진 얘기다. 프랑스에 여행가서

영어로 길을 물었다간 외면당한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어쩐지 좀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올해 한국 초연 10주년을 맞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프렌치 오리지널

무대를 본다면 그들의 자부심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꿈결같이 흘러가는 멜로디를 따라 굴러

가는 언어는 정신을 몽롱하게 할만큼 매혹적이다. 프랑스어의 특징인 연음(리에종)과 잦은

비음 때문이다. 애초에 오페라로 기획된 터라 대사없이 노래로만 진행된다. 음악적인 언어의

효과는 배가될 수밖에 없다.

원작은 빅토르 위고의 소설이다. 세 남자의 비극적이면서도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빅토르

위고가 지향하는 인도주의, 자유주의 사상이 녹아있다. 뮤지컬은 원작의 메시지를 충실히

반영한다. 추한 외모로 태어났지만 아름다움 성품을 지닌 콰지모도, 에스메랄다와 약혼녀

사이에서 고뇌하는 근위대장 페뷔스, 성직자의 본분을 잊고 욕망에 사로잡힌 프롤로의 갈등

을 중심으로 격변에 처한 중세 말 유럽의 사회상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이와 함께 상징적인

무대와 조명, 노래와 춤의 완벽한 분리 등 프랑스 뮤지컬 고유의 특징이 어우러져 150분동안

프랑스 뮤지컬의 정수가 펼쳐진다.

무엇보다 명곡을 오리지널 캐스트의 프랑스어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이번 공연의 최대 특전

이다. 극의 절정에서 터지는 '아름답다'는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의 삼중창으로 가질 수

없는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애절한 사랑을 노래한다. 프랑스 차트에서 44주간 1위에 머무는

진기록을 세운 곡이기도 하다. 13년간 900번 이상 콰지모도 역으로 무대에 오르며 '노트르담

드 파리'의 상징이 된 맷 로랑은 역시 무대에서 그의 명성을 입증한다. 죽은 에스메랄다를

따라가겠다며 울부짖는 '춤을 춰요 에스메랄다'는 그의 허스키한 음색과 만나 가슴을 후벼

판다. 


역동적인 댄서들의 움직임은 또다른 볼거리다. 노래와 분리돼 있지만 동떨어져 있지 않다.

주인공들의 내면을 대신 표현하는가 하면 단순한 무대를 풍성하게 꾸미는 수단으로 한몫을

톡톡히 한다. 가령 페뷔스가 두 여자 사이에서 갈등하는 노래 '괴로워'를 부를 때가 그렇다.

반투명 막 뒤에서 5명의 댄서들은 페뷔스의 고통스러운 마음을 몸으로 표현한다. 조명의

움직임에 따라 독무가 2인무가 되고 종국에는 군무가 되면서 고통의 감정도 고조된다. 콰지

모도가 가면 축제의 왕으로 뽑히는 '광인들의 축제' 장면은 비보잉, 현대무용, 아크로배틱이

결합된 춤의 향연이다. 단조롭던 무대가 마치 서커스를 보는 듯 화려해지는 순간이다.

  

이번 월드투어에는 비보이 맥시멈 크루 출신의 이재범을 비롯한 8명의 한국인이 동행한다.

지난 2007년 한국에서 라이선스 공연 이후 연출가 질 마으가 발탁한 댄서들이다. 실력있는

댄서들을 기용하면서도 에스메랄다의 편에 서는 집시, 이방인의 느낌을 제대로 내고자 했다는

후문이다. 

이다해 기자




입력 : 2015.01.19 17:54 수정 : 2015.01.19 17:54

출처: [파이낸셜뉴스] http://www.fnnews.com/news/20150119175357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