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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르담2012] [객석에서]모든 대사가 노래로, 오페라 닮은 ‘노트르담 드 파리’

관리자 │ 2012-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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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뮤지컬은 오페라를 닮았다. 대사는 2막에서 딱 한번, 아주 짧게 등장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오페라는 극중 인물의 감정을 ‘아리아’로, 극적 상황과 줄거리 전개를 ‘레치

타티보’로 표현한다. 모두 선율이다. 이 뮤지컬도 그렇다. 모든 대사와 극적 전개가

선율 위에 얹혀져 있다. 이른바 송 스루(Song-Through) 뮤지컬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지난 19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2005

년 초연 당시 8만명, 이듬해 앙코르 공연에서 11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던 프랑스산

뮤지컬로 6년 만의 내한 공연이다. 이번에 한국을 찾아온 ‘아시아 투어팀’ 중에는

프랑스의 오리지널 공연에서 활약했던 배우들도 눈에 띈다. 곱추 콰지모도 역의 맷

로랑, 프롤로 신부 역의 로베르 마리엥 같은 배우들이다.


프랑스 문호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곱추>를 저본으로 삼아 창작된 이 작품은

15세기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여인 에스메랄다와 성당에서 종지기

로 일하는 곱추 콰지모도의 비극적 사랑을 기둥 줄거리로 삼았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뮤지컬의 주요 인물은 여럿이다. 욕망으로 몸부림치는 신부 프롤로,

에스메랄다를 배신하는 근위대장 페뷔스 등이 서로 얽혀 갈등을 이끌어간다. 


<노트르담 드 파리>의 두드러진 매력은 함축적인 가사를 앞세운 노래들이다. 모두

50곡이다. 특히 타이틀곡 ‘대성당들의 시대’는 상당히 시적이다. “하늘 끝에 닿고

싶은 인간은/ 유리와 돌 위에 그들의 역사를 쓰지”라던가, “대성당의 시대가 무너지

네/ 성문 앞을 메운 이교도의 무리/ 그들을 성 안으로 들게 하라/ 이 세상의 끝은

이미 예정돼 있지”라는 구절들이 인상적이다.


1막 중반에 울려퍼지는 ‘아름답다’는 이 뮤지컬을 대표하는 서정적인 선율이다.

콰지모도와 신부 프롤로, 근위대장 페뷔스가 에스메랄다를 향한 자신의 마음을 털어

놓는 3중창이다. 세 남자의 하모니가 빼어나다. 1998년 프랑스에서 초연 당시, 싱글

앨범으로 발매돼 300만장의 판매량을 기록했던 곡이다. 물론 극 전체에서 관객에게

가장 큰 감동을 주는 곡은 맨 마지막에 등장한다. 콰지모도가 싸늘하게 식은 에스메

랄다의 주검을 끌어안고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를 부르며 오열하는 장면이다.

              

노래가 쉬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지루해질 수도 있다. 1막은 물론이거니와

2막에서조차 무대의 변화가 거의 없다는 점도 이 뮤지컬의 ‘지루함’을 부채질한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그것을 역동적인 춤으로 보완한다. 타이틀 곡에서 언급되는

‘이교도의 무리’가 곳곳에서 군무(群舞)를 펼치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현대

무용, 아크로바틱, 발레, 브레이크 댄스 등이 혼합된 현대적인 안무다. 세종문화회관

에서는 2월26일까지. 3월 1~4일 성남아트센터, 8~11일 광주문화예술회관, 16~25일

대구 계명아트센터로 이어진다.




문학수 선임기자 sachimo@kyunghyang.com   입력 : 2012.01.25 20:09:26  수정 : 2012.01.26 11:13:55 

출처: [경향신문]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1252009265&code=90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