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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맨그룹] [리뷰] 무의식을 물들이는 파란색의 난장

관리자 │ 2008-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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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맨그룹 내한 공연 


자막(字幕)이 주문하는 대로 관객이 소리를 질러야 쇼가 시작된다. 막 뒤로 타악을 연주하는
블루맨들과 밴드의 그림자가 흘러간다. 출렁이는 소리(음악)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모습을
드러낸 블루맨 3명은 홈쇼핑으로 〈록 콘서트 완전정복〉이라는 CD를 구매하고, 그 매뉴얼
대로 관객과 놀기 시작한다. 동작 1번은 머리 끄덕거리기, 5번은 허공에 손 흔들기, 6번은 두
팔 올리고 소리치기…. 블루맨이 선택한 언어다.

《블루맨 그룹―메가스타 월드투어》가 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국내 초연됐다. 뜨거운
감정과 차가운 디지털이 동시에 무대를 채웠다. 블루맨이 드럼을 칠 땐 2~3m씩 공중으로 튀어
 오른 물감들이 조명을 받아 반짝였다. 가면을 벗어도 벗어도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영상,
그의 가슴팍에서 파란 물감이 콸콸 쏟아지자 객석은 열광했다. 공연장은 콘서트장을 지나 종교
집회 같은 분위기로 끓어올랐고, 관객은 조건반사로 호응했다.

블루맨 그룹 내한공연은 "따따따 따따따 주먹손으로―"로 시작하는 동요 〈어린 음악대,
이선희의 노래 〈J에게〉 등을 들려주며 관객과의 거리를 좁혔다. 블루맨들이 모니터를 얼굴
에 쓴 채 목을 흔들어 음악을 만들면 객석도 질세라 박수로 따라붙었다. 무대 전체가 불타는
 것 같은 장면, 물음표(?)를 가득 채우는 대목 등 '디지털 유머'도 보여줬다. 공연은 집단
무의식을 향해 돌진했고, 당연한 얘기지만 빠져들면 신났고 겉돌면 심심했다.


《블루맨 그룹―메가스타 월드투어》의 악기는 폐품(PVC파이프)과 자연(바람 소리를 내는

에어폴), 그리고 관객이었다. 공연이 깊어갈수록 뭔가 충전되는 느낌을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도 좋았다. 색색 물감이 수직으로 공중부양할 때 관객도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블루맨들

이 요구한 마지막 동작은 폴짝폴짝 뛰기였다. 쿵쿵쿵 공연장이 울렸다.


▶2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02)541-6235





입력 2008.06.11 23:14 | 수정 2008.06.12 06:18

출처: [조선일보]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8/06/11/200806110214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