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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의호수] [공연 리뷰] 서른아홉 살의 오데트… '관록의 백조'는 완벽했다

관리자 │ 2019-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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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BT 백조의 호수

금방이라도 날아오를 듯 우아하게 뻗은 팔부터 중력을 거스르는 듯한 가벼운 발걸음까지…. 달빛 아래 선 발레리나는 온몸으로 한 마리 아름다운 백조를 그려냈다. 8월 말 내한 공연을 앞두고 지난 3일 대만 수도 타이베이 국립극장에서 먼저 만난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발레시어터(SPBT)의 '백조의 호수'는 프리마 발레리나(수석 무용수) 이리나 콜레스니코바(39)의 기량이 눈부시게 빛난 무대였다. 클래식 발레를 대표하는 '백조의 호수'는 마법에 걸려 백조로 변하게 된 오데트 공주와 지크프리트 왕자의 사랑, 딸 오딜을 앞세워 이들을 방해하는 악마 로트발트의 음모를 그린다. 1인 2역으로 우아한 백조와 관능적인 흑조의 상반된 매력을 뽐낼 수 있는 주인공 오데트(오딜) 역은 모든 발레리나의 꿈이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발레시어터(SPBT)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관능적인 흑조 연기를 펼치고 있는 수석 무용수 이리나 콜레스니코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발레시어터(SPBT)의 '백조의 호수' 공연에서 관능적인 흑조 연기를 펼치고 있는 수석 무용수 이리나 콜레스니코바. /마스트엔터테인먼트
19세부터 1000번 이상 '백조의 호수' 주역을 맡아 러시아 안팎에서 명성을 얻은 콜레스니코바의 춤은 발레리나의 나이가 때론 장애물이 아닌 무기가 될 수도 있음을 보여줬다. 오데트일 때는 표정부터 손끝·발끝까지 처연함이 묻어나는 섬세한 감정 연기가 돋보였다면, 오딜을 연기할 땐 완벽에 가까운 테크닉을 선보이며 객석을 압도했다. 특히 3막에서 한 치의 흔들림 없이 32회 푸에테(연속 회전)를 해냈을 땐 열광적인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함께 내한하는 SPBT 오케스트라의 연주, 달빛 아래 푸르게 빛나는 호숫가와 화려한 왕궁 등을 세밀하게 그려낸 무대 역시 '발레 종주국'다운 완성도를 자랑했다.

다만 콜레스니코바를 제외한 단원들의 미숙한 연기는 아쉬웠다. 군무는 초반부터 호흡이 잘 맞지 않았고, 일부 배역은 균형을 잡지 못해 흔들리거나 넘어지는 실수를 빚어 몰입을 방해했다. 지크프리트 왕자와 악마 로트발트를 맡은 남성 무용수들 역시 콜레스니코바보다 테크닉은 물론 체력까지 떨어진다는 인상을 줬다. '러시아 발레'를 기대하는 국내 관객 눈높이를 맞추려면 전체 단원의 컨디션과 기량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SPBT 1994년 러시아 사업가 콘스탄틴 타킨이 설립해 올해 25주년을 맞은 민간 발레단으로 이번 공연으로 한국 관객과 처음 만난다. 클래식 작품에서 강세를 보이는 단체로, 이번 '백조의 호수' 1950년 마린스키 발레단의 콘스탄틴 세르게예프가 재안무한 버전이다. 주인공들이 모두 죽음을 맞는 결말과 지크프리트 왕자가 로트발트를 물리치고 오데트와 사랑의 결실을 맺는 두 가지 결말이 있는데 이번 공연은 후자(後者). 고전미 돋보이는 무대, 그리고 '관록의 백조'를 기대하는 관객에게 알맞은 작품이다. 8 28~9 1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