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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2020] 이것이 명작의 아우라? 공연 탐구생활 ‘노트르담 드 파리’ 편

관리자 │ 2020-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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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82년 파리,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외치는 시인 그랭구와르의 노래가 울려 펴지며 높이 10m에 달하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거대한 벽이 모습을 드러낸다. 시작부터 장중한 분위기로 객석을 압도하는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첫 장면이다. 프랑스 4대 뮤지컬 중 하나이자 전세계 1500만명의 관객을 만나온 이 작품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이 지난 10일 개막해 매회 기립박수 속에 펼쳐지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하는 이 작품의 매력은 무엇인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대해 소개한다.

■ 대문호의 휴머니즘 빛나는 ‘노트르담 드 파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원작은 빅토르 위고가 1831년 발표한 동명의 소설이다. 작가이자 화가, 정치가이자 사상가였던 빅토르 위고가 남긴 작품 중에는 유독 뮤지컬 명작으로 재탄생한 소설이 많다.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레미제라블’을 비롯해 프랑스 4대 뮤지컬로 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 그리고 지난 2018년 초연된 한국의 창작뮤지컬 ‘웃는 남자’ 등이다. 빅토르 위고는 역동하는 시대 속에서 극적인 인생 경로를 밟아가는 인물들의 모습을 소설에 생생히 그려냈는데, 무엇보다 그의 핵심으로 꼽히는 것은 휴머니즘이다. 사회적 지위나 명예, 돈보다 중요한 것이 언제나 인간의 영혼과 존엄성이라는 것이 그가 말하고자 한 바였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그의 휴머니즘이 담긴 대표적인 작품이다. 빅토르 위고는 노트르담 대성당의 벽에 새겨진 ‘ANARKH’(숙명)라는 글자를 보고 영감을 받아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소설은 15세기 파리의 노트르담 대성당을 배경으로 집시 연인 에스메랄다를 사랑한 꼽추 콰지모도의 이야기를 담았다. 중세에서 르네상스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격변하는 사회상을 그린 이 소설에서 작가는 꼽추, 집시, 빈민 등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몰린 이들의 비극적인 운명과 고귀한 삶을 통해 감동을 전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600여 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소설을 콰지모도와 에스메랄다, 그랭구와르, 주교 프롤로, 집시들의 리더 클로팽, 근위대장 페뷔스, 페뷔스의 약혼녀 플뢰르를 중심으로 압축해 150분간의 풍성한 무대로 담아냈다. 뮤지컬 ‘스타마니아’를 성공시킨 작가 뤽 플라몽동과 유럽과 남미에서 전설적인 작곡가로 불려온 리카르도 코치안테, 연출과 무대감독·제작자로서 수많은 예술상을 수상한 연출가 질 마으 등이 함께 만든 이 뮤지컬은 1998년 초연 직후부터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이후 세계적인 뮤지컬 명작으로 자리잡았다.
 



■ 시같은 가사에 반하고, 감미로운 멜로디에 취하고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사 없이 노래만으로 진행되는 송쓰루 뮤지컬이다. 리카르도 코치안테가 쓴 54곡의 넘버는 이 작품의 성공에 가장 크게 기여한 요소다. 그랭구와르의 ‘대성당의 시대’를 시작으로 에스메랄다를 향한 세 남자의 사랑과 정념을 표현한 ‘아름답다’, 콰지모도의 깊은 슬픔을 담은 ‘춤을 춰요, 나의 에스메랄다’ 등 아름다운 음악이 가득하다.

시적인 가사와 감미로운 멜로디가 어우러진 ‘노트르담 드 파리’의 음악은 일찍이 이 작품이 공개되기 전부터 흥행을 예고한 바 있다. 제작진은 초연 당시 개막을 8개월 앞두고 뮤지컬 콘셉트 앨범을 발표했는데, 이 앨범은 발매가 되자마자 히트를 쳤다. 이후 공연이 시작되자 OST가 프랑스 음반차트 1위를 17주 동안 지키며 1천 만장 이상 팔려나갔고, 특히 ‘아름답다’는 44주간 가요차트 1위에 머무르며 뮤지컬 넘버로서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 ‘기억의 궁전’ 장면

■ 공중 곡예, 헤드스핀 등 고난도 안무 눈길     
‘노트르담 드 파리’의 또 다른 특징은 여느 뮤지컬에서 보기 힘든 고난도의 안무다. 프랑스 뮤지컬은 노래와 안무 파트가 따로 나뉘어져 있는데, 그 중에서도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앙상블은 발레·현대무용 등을 선보이는 댄서와 아찔한 곡예를 펼치는 아크로바트, 헤드스핀,에어트랙 등을 펼치는 브레이크 댄서로 나뉜다.

각 장르에서 공력을 쌓은 댄서들이 펼치는 역동적인 안무는 비극적인 숙명에 처한 인물들의 내면 갈등을 극대화해 전달한다. 특히 아크로바트들이 공중에서 종을 타고 무대에서는 댄서들이 격렬히 춤을 추는 ‘성당의 종들’, 헤드스핀과 공중제비 등이 쉼없이 펼쳐지는 ‘기억의 궁전’ 등의 장면이 백미다.
 



▲ ‘성당의 종들’ 장면

■ 총 30톤 무대 세트…종 하나만 100kg
노트르담 대성당을 상징하는 길이 20m, 높이 10m의 무대 세트는 시작부터 남다른 위용을 뽐낸다. 이 세트는 콰지모도가 에스메랄다를 위해 마련하는 따스한 안식처가 되기도 하고, 감옥의 벽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움직이는 거대한 석상과 감옥을 상징하는 쇠창살, 공중에 매달린 100kg의 대형 종 3개가 웅장한 분위기를 더한다.  

오리지널 프로덕션 20주년을 기념해 열리는 이번 투어 공연에서는 안무와 의상, 조명, 분장 등이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발다무르 카바레’ 장면에서 좀 더 강렬한 퍼포먼스가 추가되는 등 안무의 디테일이 더해졌고, 에스메랄다의 녹색 드레스 등 각 인물들을 대표하는 의상도 더욱 현대적인 디자인과 색감으로 완성됐다.
 



 ▲ 프롤로 역 다니엘 라부아

■ 깊은 감성으로 공연 완성하는 배우들…오리지널 캐스트 다니엘 라부아도 합류 
배우들의 활약도 연일 기립박수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는 1998년 프랑스 초연 무대에 섰던 다니엘 라부아(Daniel Lavoie)가 처음 내한해 한국 관객들을 만난다. 이 작품의 유일한 오리지널 캐스트로 세계 각국 팬들의 사랑을 받아온 그는 12월부터 공연에 합류해 에스메랄다를 향한 어두운 욕망을 품은 대주교 프롤로로 분한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콰지모도 역에는 2015년 내한 공연 당시 큰 사랑을 받았던 안젤로 델 베키오(Angelo Del Vecchio)가 나서 더욱 깊어진 감성으로 콰지모도를 소화하고 있으며, 음유시인 그랭구와르 역에는 한국 관객들과 긴 인연을 맺어온 리샤르 샤레스트(Richard Charest)가 출연 중이다. 리샤르 샤레스트는 페뷔스 역으로 400회 이상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다 2005년 한국 공연에서 처음 그랭구와르 역으로 변신에 성공, 이후 총 1,150회가 넘는 무대에서 활약했다.
 



▲ 콰지모도 역 안젤로 델 벨키오
 

콰지모도와 프롤로, 페뷔스로부터 동시에 사랑을 받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 역은 2016년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 투어 공연에 참여해온 엘하이다 다니(Elhaida Dani)가 맡아 인상적인 공연을 펼치고 있으며, 2012년과 2015년 내한 공연에 참여한 데 이어 2016, 2018년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에서 창작진으로 나섰던 로베르 마리앙(Robert Marien)이 대주교 프롤로 역으로 돌아와 작품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내년 1월 17일까지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볼 수 있다.
 

글: 박인아 기자(iapark@interpark.com)
사진: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