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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트르담2020] 프랑스가 반한 '한국 몸짓'... '노트르담 드 파리' 숨은 주역들

관리자 │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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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가 반한 '한국 몸짓'... '노트르담 드 파리' 숨은 주역들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하는 한국인 댄서 오홍학(사진 왼쪽 첫 번째), 오현정(가운데), 이재범(오른쪽 첫 번째)씨. 최근 서울 용산구 블르스퀘어에서 만난 세 댄서가 서로 손을 맞잡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 하기도 전에 다리 힘 풀리겠는데요?" 두 담성 댄서에 의지한 동작을 취한 이씨의 농담에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고영권 기자


대입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3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프랑스 오리지널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이 끝나자 일부 관객들은 일어서 손뼉을 치며 눈물을 훔쳤다. 공연장에서 만난 김승미(32)씨는 "코로나19로 그간 공연을 못 보다 1년여 만에 공연을 보러 왔다"며 "출연자들의 몸짓이 너무 감격스러워 '코로나로 정말 많은 걸 놓치고 살았구나'란 생각에 울컥했다"고 말했다.

이 공연에서 댄서들은 150여분 동안 쉼 없이 성벽을 오르내리고, 종에 매달려 공중을 떠돌면서 이방인들의 위태로운 삶을 절절하게 보여준다. 20여명의 외국인 무용수들 틈에서 이날 무대에 오른 한국 무용수 3명은 서커스를 방불케 하는 춤으로 관객의 시선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거대한 종에 매달려 애크러바틱을 선보인 오홍학(30), 집시인 에스메랄다의 자유로운 영혼을 현대무용으로 보여준 오현정(35), 무대에서 물구나무를 서 헤드스핀을 한 이재범(38)씨다.


태권도, 현대무용, 비보잉 등으로 각자 단련된 터였지만, 최근 공연장에서 만난 세 무용수는 체력 얘기를 꺼내자 기다렸다는 듯 한숨부터 내쉬었다. "축구 경기 풀 타임으로 뛰는 거랑 비슷해요. 공연 끝나면 너무 피곤해 가끔 졸면서 걷는다니까요, 하하하"(이재범)

오홍학씨와 오현정씨는 오디션을 통해, 이재범씨는 2007년 라이선스 초연 참여를 계기로 프랑스 오리지널 공연팀에 각각 합류했다.

세 한국 무용수들은 어떻게 프랑스 제작진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 오현정씨는 "한국 무용수들 특유의 묵직한 춤과 빠른 동작 변화에 관심을 보이더라"고 말했다. 태권도 선수 출신인 오홍학씨는 절도 있는 발동작으로 외국 무용수들의 '발차기 동작 선생님'을 맡고 있다.

공연 준비는 난관의 연속이었다. 오홍학씨는 "오디션을 통과하더라도 무대 천장에 매달린 종을 타는 무서움을 극복하지 못해 포기한 무용수도 있다"고 했다. 오현정씨는 "안무가가 '균형을 깨라'는 걸 강조해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으면서 춤을 소화해야 하는 게 가장 힘들다"며 웃었다. 몸 쓰는 건 타고난 무용수들이었지만, 워낙 춤이 고난도인 탓에 공연할 땐 부상을 달고 다닌다. 공연 내내 덤블링을 하는 이재범씨는 오른쪽 어깨 인대가 늘어난 상태다.

고단함을 잊게 만드는 건 무대에서의 자유로움이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반복은 없다. 이재범씨는 "모든 댄서의 춤이 매일 바뀐다"며 "기술적인 면뿐 아니라 댄서가 자기만의 색깔을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게 이 공연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은 지난달 29일 누적 공연 1,000회를 넘어섰다. 이번 내한공연은 한국 초연 15주년을 기념해 아시아 최초로 한국에서 선보이는 무대다. 그랭구아르 역에 리샤르 샤레스트를 비롯해 콰지모도 역에 안젤로 델 베키오, 에스메랄다 역에 엘하이다 다니 등 국내 관객에게도 친숙한 배우들이 한국을 어렵게 찾았지만, 코로나19로 관객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워 안타까워하고 있다. 공연은 내년 1월17일까지.

"첫 공연에서 마스크를 쓴 관객과 눈이 마주쳤는데 왈칵 눈물이 나더라고요. 이렇게 힘든 시기에 많은 걸 포기하는 관객들에게 우리 공연이 조금이라도 위안을 줬으면 하는 마음뿐입니다."(오현정)

양승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