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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담2015] [레뷰] 추석 최고의 선택, 태양의 서커스 '퀴담'

관리자 │ 2015-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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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빅탑 공연, 8년 만에 한국 상륙
신선하고 드라마틱한 서커스 예술 '감탄'

한 소녀가 있다. 무료한 일상,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세상 속에서 길을 잃은 소녀다.
호기심 많은 그녀는 삶 속에서 즐거움과 신나는 일을 갈망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는 그런
소녀를 본체만체 한다.

그런데 그 순간, 거실 문이 열리고 프렌치 코트를 입은 머리 없는 익명의 행인이 우산을 쓰고
등장해 모자 하나를 떨어뜨리고 사라진다. 소녀가 모자를 집어 머리에 쓰자 미스터리한 서커스
여행이 시작된다.

퀴담은 '익명의 행인'이란 뜻의 라틴어로 익명성의 사회와 소외된 세상에 따뜻한 희망과 화합의
메시지를 던지는 작품이다. 태양의서커스 공연 중 가장 예술적이고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작품
으로 손꼽힌다.

8년 만에 모습을 한국 관객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퀴담'은 여전히 감탄을 자아냈다. 서커스 자체
가 주는 재미에다 아름다운 의상과 마법 같은 조명, 독특한 음악이 조화를 이룬 이 작품은 "서커스
를 예술의 경지에 올려놨다"는 평가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게 했다.

환상 속 여정은 10여 개의 장면으로 구성되는데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탄탄한 구성을 자랑
한다. 강렬하고 우아하고 신비로운 장면의 연속이다.

아티스트가 직접 바퀴살이 돼 바퀴를 돌리는 공중제비와 곡예는 평범한 일상을 쳇바퀴 돌듯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줄로 연결된 막대기로 플라스틱 실패를 돌리는
곡예는 민첩성과 독창성을 뽐내는 여러 가지 기술로 관객들의 혼을 빼놓는다.

공중에서 붉은색 실크 천에 몸을 지탱한 채 펼치는 몸짓은 현대인의 고독을 상징한다. 반투명의
옷감으로 몸을 감싼 아티스트는 붉은 천과 한 몸이 돼 감싸고 떨어지는 행위를 반복한다. 특히 바닥
을 향해 빠른 속도로 떨어지다 멈춰서는 곡예는 관객들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두 남녀가 서로 몸을 지탱하며 선보이는 동작은 인체의 아름다움을 여지없이 보여준다. 완벽한
균형감각, 예술적 감성과 강도 높은 집중력 없이는 불가능한 자세다.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 대신
숨을 죽인 채 두 사람이 움직임 하나하나에 집중했다.

하이라이트는 역시 여정의 마지막 장면이다. 15명의 아티스트들이 서로 던지고 잡아주며 펼치는
장면은 불가능의 벽마저 허문다. 이들에게 불가능은 없었다. 설마 하던 장면들이 현실이 됐고, 관객
들의 탄성과 환호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왔다. 

이번 공연은 빅탑에서 펼쳐진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를 모았다. 2010년 12월 북미 공연을 시작으로
빅탑이 아닌 아레나에서 공연을 진행해온 '퀴담'이 5년 만에 빅탑으로 돌아온 것. 빅탑은 '퀴담'만을
위해 설계된 만큼, 아레나에서 진행되는 것보다 더욱 풍성한 재미를 선사한다. 우려와 달리 객석과
관객들의 거리가 가까워 공연에 대한 집중도를 높였다. 그만큼 배우들과 관객들의 친밀감도 높아졌다. 

주의할 점이 있다면, 평소보다 따듯한 옷을 입거나 가벼운 외투를 준비하는 게 좋다는 것. 흘러내린
땀으로 인한 배우들의 부상 방지를 위해 공연장 안의 온도를 비교적 낮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30분간의 인터미션, 촐촐함을 달래고 싶다면 간식을 미리 준비해 가는 것이 좋다. 공연장 내에
판매되는 먹거리에 대한 만족도는 매우 낮은 편이다. 특히 지나친 가격 폭리에 대한 관객들의 불만이
컸다.  

한편, 1996년 4월 몬트리올의 빅탑 내에서 첫 공연을 시작한 이후 5대륙을 투어하며 6200회 이상의
공연됐고 1400만 명 이상의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에는 지난 2007년 첫 선을 보여 17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이번 투어를 마지막으로 20여 년의 여정을 끝내고 전 세계 팬들과 영원히 작별하는 만큼, 한국 관객
들이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난 10일 막을 올려 다시 한 번 한국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며
11월 1일까지 공연된다. [데일리안 = 이한철 기자]


등록 : 2015-09-27 23:59 이한철 기자(qurk@dailia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