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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레카이] 하늘에서 내려온 환상의 예술: 태양의 서커스, ‘바레카이’

관리자 │ 2011-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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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불구덩이를 통과하는 묘기대행진? 동물쇼? 그런데

‘태양의 서커스’는 이러한 통념을 깨뜨린다. 현란한 기술만으로 흥미를 돋우기보다

움직임, 소리, 비주얼 측면에서도 예술적 심미를 추구한다. 이들의 레퍼토리는 공연성이

강하다. 또한 전체를 관통하는 콘셉트와 스토리라인이 있다. 이는 1970년대 이후 뉴

서커스의 주요 특징이기도 하다. 연극, 무용, 뮤지컬과 결합하면서 단순한 서커스의 경계

를 넘어선 것. 

‘태양의 서커스’는 1980년대 캐나다 퀘벡에서 소규모로 시작한 서커스 브랜드다. 현재

는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에는 2007년 ‘퀴담’ 이후 ‘알레고리’가 공연됐으며, 이번에 ‘바레카이’

가 상륙했다.

‘바레카이’는 신화적이면서 자연친화적이다. 공연은 이카로스가 숲에 떨어지면서 시작

한다. 그리스신화에서 추락사한 이카로스가 ‘바레카이’라는 마법의 숲에서 모험하다니,

상상력이 돋보인다. 이카로스는 모험 도중 그물에 걸리는데, 그물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채 펼치는 공중곡예는 느리면서도 난이도가 높은 동작의 연속이다. 인체의 아름다움을

재발견하는 순간이다.

이카로스뿐 아니라,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한다. 저글링, 공중그네, 공중후프, 공 돌리기,

아크로바틱한 춤, 핸드 밸런싱 같은 묘기가 펼쳐지며, 그네를 타고 배우들이 날아다니는

‘러시안 스윙’ 장면으로 공연이 마무리된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광대들이 익살을 부리면서

관객과 소통을 시도한다. 공연을 관통하는 스토리가 있긴 하지만 인과관계가 느슨하다.


장면마다 가수가 무대에 나와 드럼, 퍼커션, 피리, 바이올린 반주에 맞춰 노래를 부른다.

음악은 민속음악, 혹은 집시음악처럼 구성진 감성을 담고 있으면서도 동시대적이다.

성스러운 느낌을 주는 장면에서는 가스펠 음악을 활용하기도 한다. 성(聖)과 속(俗)이

섞여 놀고, 지옥과 천국이 어우러지는 서커스 특유의 카니발적 성격이 음악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무대 역시 주목할 만하다. 뒤편에는 가늘고 긴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고, 공중에는 동물

뼈, 혹은 새둥지 모양의 통로가 아치 모양을 이루고 있다. 전자는 배우들의 등·퇴장로고,

후자는 배우들이 줄을 매달아 곡예를 펼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무대 중앙에는 구멍을

통해 배우들을 사라지게 하거나 구조물을 솟아오르게 하는 등 마술적 효과를 내는 장치가

자리한다. 

각 캐릭터가 보여주는 색색의 의상과 분장은 숲과 바다에 사는 생물, 혹은 요정을 연상케

하는데, 어떤 면에서는 인간세계를 우화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아울러 섬세하게 디자인한

조명은 ‘판타지’를 만들어내는 결정적 요소로, 쇼의 효과와 극적 효과를 아우르며 집중력을

높인다. 극적인 성격이 강한 ‘퀴담’에 비해 ‘바레카이’는 서커스의 정체성이 좀 더 강하게

드러난다. 밝고 명랑한 분위기를 담고 있으며, 에피소드별로 각종 묘기를 명쾌하게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중이 좋아할 만하다. 5월 8일까지, 잠실종합운동장 내 빅탑, 문의 02-541-6235.

주간동아 2011.04.18 783호 (p77~77)


현수정 공연칼럼니스트 eliza@paran.com




입력 2011-04-18 11:02:00

출처: [주간동아] http://weekly.donga.com/List/3/all/11/919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