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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그리아] [커튼콜] 태양의 서커스 '알레그리아'

관리자 │ 2008-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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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잠시 잊고 환희속으로

구슬프고 아련한 노래 귓가에


캐나다의 문화기업 ‘태양의서커스’는 서커스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뜨린다. 단순히

재주를 넘고 묘기를 부리는 수준을 뛰어넘어 서커스를 어엿한 공연예술로 승화시켰다.

 정교한 무대와 화려한 의상, 잘 짜여진 구성, 완성도 높은 음악 때문에 ‘태양의서커스’

가 선보이는 작품은 ‘아트 서커스’라고 불린다.

지난해 태양의서커스가 한국에 첫선을 보인 레퍼토리 ‘퀴담’은 17만 관객을 동원

하며 전 세계에서 떨치고 있는 명성을 확인시켰다. 태양의서커스가 올가을 또 다른

작품 ‘알레그리아’를 들고 한국을 찾았다. ‘알레그리아’는 스페인어로 환희, 기쁨을

뜻한다. 제작자 프랑코 드라고네가 어린 시절 스페인의 한 시골마을에서 살 때 그곳

주민들이 삶에 지치고 힘들 때면 늘 반어적으로 “알레그리아!”라는 말을 되뇐 것에

착안해 고안됐다.

뚜렷한 줄거리나 기승전결식 이야기 구조는 없다. ‘알레그리아’는 낡은 관습이

새롭고 낯선 것으로 바뀌고 대체되는 세상의 모습을 이미지화한다. 여성 무용수는

우아한 몸짓으로 줄에 의지해 공중에서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단단한 몸매의 남성

무용수들은 일사불란한 체조와 텀블링 묘기를 선보인다. 지팡이에 온몸의 체중을

실어 완벽한 균형을 선보이는 핸드 밸런싱, 번지 줄에 매달려 추락과 비상을 거듭

하는 플라잉 맨, 불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파이어 나이프 댄싱 등 서커스의 기본기

는 관객의 감탄을 자아낸다.

배우들의 고난도 묘기 사이사이에는 다양한 광대 캐릭터가 등장해 관객의 긴장을

이완시킨다. 장난기 가득한 플러, 괴상망측한 차림의 노인 올드 버드, 귀여운 요정

타미르, 코믹 막간극을 보여준 2명의 광대는 재치 있는 몸짓과 간간이 섞은 한국어

로 웃음을 자아냈다. 불안감이 엄습하는 이즈음, 관객은 2시간30분 동안은 현실의

시름을 놓고 환상에 몰입할 수 있다.

다만 서커스 묘기보다 코믹적인 요소가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해 공연 중 이완과

긴장의 균형이 깨진 듯한 느낌이 든다. 이 때문에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묘기와

재주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다소 실망할 법하다. 지난해 ‘퀴담’을 본 관객 중에는

‘알레그리아’의 예술성이나 완성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한다.

연주와 노래는 구슬프고 아련하다. ‘알레그리아’의 음악은 역대 태양의서커스 작품

중 최고라는 평을 듣는다. 55주간 빌보드 월드뮤직 차트에 올랐고, 그래미상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언어를 조합해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지 않은

음악은 공연 내내 귓가를 감돈다.

태양의서커스의 9번째 작품으로 1994년 초연돼 전 세계 65개 도시에서 공연됐다.

‘알레그리아’는 한국, 대만, 두바이를 잇는 아시아 투어를 끝으로 영영 사라진다.

1544-1555

이보연 기자 byable@segye.com





입력 : 2008-10-30 10:28:39      수정 : 2008-10-30 10:28:39

출처: [세계일보] http://www.segye.com/newsView/20081029003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