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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왕] [인터뷰] 뮤지컬 ‘태양왕’ 정원영 “연예인 2세 후광? 내 힘으로 여기까지”

관리자 │ 2014-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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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funE l 강경윤 기자] 제작비 70억 원이 투입된 대형 뮤지컬 ‘태양왕’은 눈이 부시도록

화려하다. 155분 러닝타임이 모두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루이 14세 보다 한 인물이 눈에

밟힌다. 유난히 밝은 표정과 허스키한 보이스에 이국적인 창법, 커튼콜까지 무대를 쉴 새 없

이 뛰어다니며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내는 필립역의 뮤지컬 배우 정원영(30)이 그렇다.

정원영은 최근 뮤지컬계에서 가장 뜨겁게 떠오르는 스타다. 조정석이 꼽은 가장 주목해야 

할 배우가 정원영이었다. 알 만한 이들은 정원영이 연예인 2세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는

KBS ‘사랑은 노래를 타고’에 출연 중인 중견배우 정승호 씨의 외아들이자 국민 배우 나문희

씨의 조카다. 정원영은 두 사람을 멘토로 꼽지만 연기적인 영역에서만큼은 ‘후광효과’를

거부한다. “내 힘으로 여기까지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정원영의 말에는 힘이 실린다.


◆ "가수 꿈꿨던 10대 밑거름 됐다"

정원영이 맡은 필립은 루이 14세의 남동생이다. 절대권력 정점에 두 인물은 용납될 수 없다.

‘태양왕’에서 필립은 쾌락에 몰두하는 인물로 그려진다. 웃음이 많고 흥도 넘친다. 고음역대

를 넘나드는 팝 스타일의 넘버들에서 정원영은 뮤지컬 창법의 정형성을 탈피해 흥을 돋운다.

신기하고 기특하기까지 하다. 특별한 비결이 있냐는 질문에 메이크업도 채 지우지 못하고

인터뷰를 하러 달려온 그는 이렇게 답한다.

“고민이 장점으로 바뀐 경우라고 해야 할까요. 사실 초등학교 때부터 흑인 음악, 특히 R&B에

심취해 SM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 문을 두들일 정도로 관심이 많았어요. 사춘기를

겪으면서 목소리가 굉장히 허스키해졌는데 뮤지컬 앙상블로 활동할 때는 제 목소리만 튀어서

굉장히 고민을 했던 시기가 있었어요. 이번 넘버들은 팝적이면서도 비트감이 살아 있는 곡들

이라서 그런지 저의 특징, 장점들이 잘 녹아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겸손한 답이었지만 실제로 ‘태양왕’ 넘버들은 여러 장르적 특성이 혼합돼 있을 뿐 아니라 고

음역대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소화하기 쉽지 않다. 하지만 정원영은 에너지가 여전히

넘치는 듯 커튼콜에서 방방 뛰어다닌다. “어디서 그런 힘이 나나.”란 질문에 정원영은 손사래

를 치며 “과거 공연들에 비하면 이건 힘든 것도 아니다.”라며 밝게 웃는다. 

“흔히 배우들이 사점(死點)을 넘는다고 하는데요. 예전에 했던 뮤지컬 ‘스트리트 라이프’, 연극

‘왕의 남자’에 비하면 ‘태양왕’은 오히려 힘이 남아요.(웃음) 특히 ‘스트리트 라이프’를 할 때 DJ

DOC 곡들을 한 공연에서 25곡씩, 하루 2번씩 공연한 적도 있어요. 그 땐 정말 하늘이 노래지고

죽을 만큼 힘들었어요. 그런 면에서 ‘태양왕’에선 쇼스타퍼(Show Stopper) 역할이니까 즐겁죠.”


◆ "빅뱅 승리의 얼터로 주연 데뷔…짜릿했다"

뮤지컬 ‘대장금’ 앙상블로 데뷔한 정원영은 여전히 첫 주연으로 무대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고 말했다. 그의 첫 주연 작품은 오만석 연출의 ‘즐거운 인생’(2008)이었지만, 주연 무대에 올랐

던 건 그에 앞선 ‘소나기’란 작품에서가 처음이었다. 당시 정원영은 빅뱅 승리의 얼터(대역을 뜻

하는 영어 Alternate의 약어)였다. 그 때만 생각하면 정원영은 짜릿하다고 말했다.

“‘소나기’에선 주연으로 무대에 딱 세 번 섰어요. 침대에 누워도 발이 떠 있는 느낌이었어요. 밥

이 입으로 안 들어가고. 뭐라고 말로 표현이 안될 정도였어요. 긴장도 많이 돼서 그 땐 ‘이 직업

을 해도 되나’라고 생각할 정도로 좋으면서도 복잡했어요. 돌이켜보면 정말 행복했고 좋았네요.”

이후 정원영은 ‘사랑은 비를 타고’, 연극 ‘이’, 뮤지컬 ‘두번째 태양’, 뮤지컬 ‘코로네이션 볼’,

‘스트릿라이프’, ‘광화문 연가’, ‘헤어스프레이’ 등 한해 3~4작품씩 틈없이 출연했다. “회사원

처럼 쉬면 오히려 불안하다.”고 말하는 정원영의 샘솟는 에너지의 원천은 무대를 사랑하는 천성

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 "내 힘으로 여기까지…후광보다 실력으로"

정원영의 이런 애정은 유전에서 기인한 부분도 적잖아 보인다. 잘 알려진대로 그의 부친은 40년

가까이 연기를 해온 정승호 씨다. 그의 어머니도 현재 은퇴했지만 연극배우로 활동했고, 이모는

'국민 어머니'로 사랑받는 나문희 씨다. “어렸을 땐 대학로가 바로 집 앞이었고, 엄마 공연이 끝

나면 아버지 손을 잡고 엄마를 데릴러 갔었어요. 대기실에서 엄마 동료 분들이과 재밌게 놀았었

는데 지금은 생각해보면 모두 제 연기 선생님들이시죠. 무대라는 곳은 놀이터이자 고향같은 곳

이었어요.”

가족들은 직접 유료표를 구입해 빠짐 없이 정원영이 출연하는 공연을 관람할 정도로 성원이

뜨겁다. 아버지 정승호 씨도, 이모 나문희 씨도 정원영의 공연 광고라도 TV에 나오면 촬영장

에서 열일 제쳐두고라도 사람들에게 “우리 아들, 우리 조카가 나왔다.”며 반가워 한다고 정원영

은 귀띔했다.


하지만 여기까지다. 정원영은 가족들의 열정적인 응원 이상을 원하지 않았다. 연예계에서 부모의

후광을 얻고 데뷔를 하는 경우가 흔해졌지만 정원영은 스스로 이 자리까지 올라온 것에 대한 자긍

심이 있었고 도움 없이도 자신의 영역을 개척하겠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20대 초반 연극영화과를

휴학하고 해병대에 자원입대 한 것도 그런 소신 가운데 하나였다.


“화목한 가족의 사랑을 받으며 구김 없이 자랐는데 이 점이 배우로서 큰 한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해병대에 자원입대 했어요. 후회했냐고요? 아뇨. 전혀 하지 않았어요. 오히려 힘든

훈련을 받으면서 긍정적인 생각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를 느꼈거든요. 말년 휴가 때 ‘대장금’ 7차

오디션을 보고 합격했기 때문에 해병대 경험은 제 인생에 큰 의미를 지닙니다.”

인터뷰에서 정원영의 밝은 에너지는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고도 남음이었다. 공연에만 매달리느라

20대에 흔한 여행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지만 정원영에게 무대는 젊음을 모조리 받치고도 모자란 곳

이었나 보다. 정원영은 “제2의 조정석이든, 제 2의 오만석으로 불리든 감사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무대 뿐 아니라 연기와 끼를 펼칠 수 있는 어느 공간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숙명이라고

말하는 정원영의 앞날은 태양처럼 밝게 빛나고 있었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kykang@sbs.co.kr  



최종편집 : 2014-04-18 10:52:31

출처: [SBS funE] http://sbsfune.sbs.co.kr/news/news_content.jsp?article_id=E10005264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