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치아_서울] 태양의서커스 <루치아>의 뮤즈가 된, (여자)아이들 전소연 관리자 │ 2023-11-28 HIT 1918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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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던 소녀의 바람이 이루어진 어느 날. 태양의서커스 <루치아> 무대 위에서 깨어난 전소연의 백일몽. 멕시코의 프로 레슬러 ‘루차도르’로 분장한 아티스트와 물고기, 뱀, 벌새 등 동물과 인간의 영혼이 연결된다는 ‘나우알’ 사상에서 영감받은 코스튬을 입은 아티스트들. 드레스는 Versace. 보디 체인은 Swarovski. 이어커프는 Alexander McQueen, Portrait Report. Q. 오늘 화보는 서커스 단원이 되고 싶던 어린 소연을 위해 모인 자리 같았어요. 멕시코를 배경 삼은〈루치아〉무대 세트 곳곳을 누볐죠. A.‘태양의서커스’를 정말 좋아해서 너무 영광이었죠! 공연도, 영화도 여러 번 봤거든요.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는 게 좋아요. 현실은 우리가 다 아는, 짐작할 수 있는 상황이잖아요. 서커스엔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하나도 없어요. 사람이 날고, 물구나무를 서도 전혀 힘든 기색도 없는. 그런 상황 자체가 판타지 같아요. Q. 이번 공연을 보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신을 꼽아본다면요? A. 나비 연기를 하는 여성 아티스트 분이 나오는 장면에서 소름이 돋았어요. 나비 날개가 펼쳐지는 순간, 벨트 위에서 웃으면서 달리는 아티스트를 보는데 뭔가 너무 ‘청춘’ 같은 거예요. 직접 그 의상을 입어보는 게 너무 재미있었고요. Q. 초등학생 시절, 캐나다 ‘태양의서커스’ 본사로 입단 지원서를 보낸 일화가 주목받기도 했어요. 어쩌다 지원서를 보내게 된 거예요? A.〈카레이도 스타〉에 열광하던 시기였는데, 네이버 지식인에 저 같은 아이들이 올린 질문이 꽤 있었어요.(웃음) 몬트리올에 태양의서커스 단원들을 트레이닝하는 학교가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국가대표 체조선수들이 입단하는 걸 알게 됐죠. 메일로 지원서를 보내고 한참 뒤에 학비를 알려주는 답장이 오더라고요. Q.〈카레이도 스타〉는 90년대생들에게 향수를 부르는 애니메이션이잖아요. A. 저는 진짜 다음 생에 태어나면 소라로 태어나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꿈을 키워 서커스 단원으로 입단해 작은 배역부터 시작해 주인공이 되기까지. 주인공 소라의 성장이 너무 큰 감동을 줘요. 처음 방영했을 때부터 수없이 반복해 봤고 지금도 유튜브로 보고, 잘 때도 OST를 듣고 잘 만큼 ‘인생작’이죠. 드레스는 Ferragamo. Q. 발레를 배우다 연습생의 길을 걷게 된 초등학생 소연도 나름 소라 같은 면모가 있는 것 같은데요, 어릴 적부터 무대에 서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어요? A. 유치원 때 재롱잔치 무대가 기억나요. 부채춤 같은 걸 췄는데 되게 재미있었죠. 항상 뭔가 보여주는 걸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발레를 배우다 그만두고 5학년쯤 어떤 일을 할지 고민하던 때였죠. 평범하기보다는 특별하게 살고 싶었던 것 같아요. Q. 오랜만에 서커스 공연을 보면서 퍼포먼스가 아이돌의 무대와 접점이 많은 것처럼 느껴졌어요. 무대에 일종의 로맨티시즘이 있다는 것, 다섯 살 아이든 어른이든 이해할 수 있는 감정을 전할 수 있다는 것, 위트를 잃지 않는 아티스트들의 애티튜드 같은 점이요. A. 무언가를 표현하는 사람들은 다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퍼포먼스로 타인에게 영감을 주는 일은 같으니까. 저는 〈루치아〉 공연을 보면서 무대를 전환할 때 조명을 활용하는 방식이 특히 흥미로웠어요. 암전을 시키고 연기에 집중시키는 극적인 방식이요. 언젠가 아이들 무대에 적용해보고 싶어요.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콘토션을 선보이는 곡예 아티스트 알렉세이 골로보로드코(Aleksei Goloborodko). 톱, 팬츠는 Yilee. Q. 불과 이틀 전 4개월간 18개 도시에서의 월드투어를 마치고 와서 더 그렇게 느껴졌을 것 같아요. A. 작년보다 거의 2배는 큰 공연장에서 네버랜드를 만났는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자체가 감사하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어요. 멤버들끼리도 내내 그 얘기를 했죠. Q. 긴 시간 공연을 마치고 새롭게 깨달은 점은 무엇인가요? A.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어떻게 관객의 호응을 계속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어요. 연출을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작곡을 할 때 훅을 터뜨리기 위해 비트를 배치하는 작업처럼, 콘서트도 마찬가지라 생각해요. 클라이맥스를 위해 조명, 세트, 무대장치에 섬세한 효과가 필요하다는 걸 실감했죠. 시간 날 때마다 콘서트에 자주 가려고 해요. 얼마 전 샘 스미스 공연에서는 휴대폰 조명을 얼굴 가까이 비추며 연출했는데, 화려함 없이 와우 포인트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아이디어에 소름 돋았어요. Q. 요즘처럼 케이팝이 주목받는 시대에 아이돌로 산다는 건 어떤 기분일지 짐작도 안 가요. 말 그대로 월드스타죠. A. 월드스타라는 말. 엄청난 말이긴 한데, 부정하기도 어려운 게 제가 하는 일이 이제 전 세계적으로 퍼지는 일인 건 사실이잖아요. 저는 음악을 하고, 그 음악을 케이팝을 사랑하는 다른 나라 사람들이 듣고. 이런 시대에 케이팝 아이돌일 수 있다는 사실이 되게 감사해요. 점점 앨범을 내는 속도가, 음악을 소비하는 흐름이 빠르게 변하는 걸 체감하죠. 그 속도에 잘 맞춰서 가고 싶어요. Q. 투어 기간 중 기억에 남을 것 같은 순간을 꼽아본다면요? A. 어느 나라에서든 유독 ‘퀸카’를 떼창해주시는 분들이 많았어요. 한국말이 어려울 텐데 모두가 따라 불러요. 늘 제가 만든 곡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생도 따라 부를 수 있는 노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거든요. 아이콘 선배님들의 ‘사랑을 했다’처럼. 요즘 초등학생들이 ‘퀸카’를 많이 부른다는 얘기를 들을 때 되게 뿌듯해요. Q. 쉼 없이 앨범을 만들어왔어요. 최근 발매한 미국 1집 EP 〈HEAT〉는 처음으로 온전히 외부 프로듀서와 협업한 앨범이죠. A. 제가 그리지 않은 (여자)아이들의 모습이 궁금했고, 한번쯤 곡을 받는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요. 믿고 맡겼어요. 전 곡 하나를 만들 때 이런 것도 넣어야지, 저런 것도 넣어야지 계산을 많이 하면서 머리로 곡을 만드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저희 곡이 마니악적이라 생각했는데, 이번 앨범의 곡들은 되게 편안해요. 감성과 감정, 느낌에 따라 부르니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좋은 곡들이에요.
Q. 그런 전소연의 전략이 잘 드러난 곡 중 하나가 ‘Nxde’라 생각해요. 곡명부터 반전이 있고, 뮤직비디오에 문화적인 차용이 무척 많죠. 뱅크시에서부터 매릴린 먼로까지. A. 예술작품을 잘 안다고 볼 순 없지만 한 가지 주제에 꽂히면 그걸 끝까지 파고드는 편이에요. 예를 들어 한 인물에 꽂히면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고 살았을까? 행동 하나하나까지 추적하죠. 그래서 제가 쓴 가사는 사실 그 의도가 아닌데, 사람들의 다양한 해석을 볼 때 되게 짜릿해요. 저는 생각이 ‘무’의 상태일 때가 거의 없어요. 현실인지 생각인지 잘 모를 정도로 몰입할 때도 많고 멤버들이 “괜찮아?” 하고 물어볼 때도 있죠. Q. 한 끗 차이로 불안하거나 긴장 상태가 지속되거나 하진 않아요? A. 불안도 없는 편이고 스스로 멘탈이 좋다고 생각해요. 미연 언니랑 자주 하는 대화 주제도 “우리는 왜 스트레스를 안 받지?”예요.(웃음) 걱정도 한순간 생각하고 끝이에요. 제가 엄청 ‘T’거든요. Q. 데뷔 시절부터 열정의 아이콘 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그럴 것 같아요. 이제 (여자)아이들은 6년 차 그룹이고, 회사원이라 생각해도 한번쯤 번아웃을 겪을 수 있는 시기죠. A. 주위에서 “공허하진 않냐”는 질문도 많이 받거든요. 그런데 안 공허해요. 딱히 아이돌 전소연과 개인 전소연 사이에서 전환할 것도 없어요. 직장인들도 직장에서의 나, 집에서의 나를 의식적으로 전환하는 사람은 드물잖아요. 이것도 나고, 저것도 나고. 지칠 땐 그냥 소소하게 즐거움을 주려고 해요. 어제도 오랜만에 쉬는데 집에서 동생이랑 초콜릿 아이스크림 먹고 그러면서 놀아요. Q. 이번에 명백하게 밝혀요. 전소연은 공허하지 않다.(웃음) 앞으로 변화하고 있는 점과 변하지 않았으면 하는 점이 있나요? A. 지금처럼 멘탈이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너처럼 열심히 살면 한번쯤 아플 수 있다, 그런 얘기를 많이 들어와서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고 더 노력해온 것 같아요. 새벽까지 작업하지 않고, 아침부터 규칙적으로 작업하려 하죠. 제일 많이 변한 점은 화가 없어졌다는 거예요. 예전엔 불같이 화를 낼 때도 있었는데, 2년 전 ‘TOMBOY’ 활동을 할 때쯤부터 많이 변했어요. Q. 스스로 만족할 만큼 성과를 냈기 때문인가요? A. 더 이상 어린 행동을 하면 안 되는 시기라 생각했던 것 같아요. 이젠 ‘가능성이 기대되는 사람’, ‘어린애치고 잘하네’라는 평가를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진짜 잘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생각을 했죠. 인간관계적으로도 실수를 안 하려고 의식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화를 낸다거나 부정적인 감정을 드러내려 하지 않게 된 것 같아요. Q. 그걸 스물넷에 깨달은 거죠? 요즘 소연 씨가 꽂힌 화두는 뭐예요? A. 요즘은 ‘멋있는 것’에 꽂혔어요. 드레스는 Lee Y. Lee Y. 귀고리는 Daccord. Q. 멋있다는 건 뭘까요? 본연의 것. 본질적인 거요. 이 키워드가 다음 앨범이랑도 연관될 텐데, 정말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A. 전소연이 바라보는 본연의 소연은 어떤 모습이에요? 저는 되게 평범한 사람이에요. 이 인터뷰를 읽는 사람들과 같은 감정을 느끼는. 저 같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어요. 진짜 특별한 건 이런 것 같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