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Q(큐) 나혜인 기자] 개인 성향을 마음껏 뽐내는 Z세대가 주요 소비자층으로 자리잡으며 '취존'(취향 존중) 시대가 도래했다. 뮤지컬도 예외는 아니다. 관객들은 자신이 원하는 요소를 골라 즐긴다. 뜯고 맛볼 살코기가 많은 작품일수록 관객 선택지 가까이 놓인다.
여기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작품이 바로 종합예술 '노트르담 드 파리'다. 취향에 따라 음악만 느껴도 좋고, 춤만 즐겨도 좋고, 무대 위 장치에 눈을 빼앗겨도, 이 모두를 누려도 좋다. 대신 캐스팅 고민은 사치다. 고민은 '이선좌'(이미 선택된 좌석)를 부를 뿐. '이를 갈았다'는 관용어를 단어로 표현한다면 '노트르담 드 파리'가 되기라도 하듯 6년 만의 한국어버전 공연은 군더더기를 찾아볼 수 없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초연 이후 25년간 전 세계 23개국, 9개 언어로 번역돼 큰 사랑을 받은 스테디셀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년~2022년에도 프렌치 오리지널 투어가 진행될 만큼 탄탄한 국내 팬덤을 지닌 작품. 그중 2008년 아시아 최초로 번역된 한국어버전은 역사만 17년, 횟수로는 벌써 다섯 시즌을 거쳤다. 이번 공연은 2018년 10주년 공연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한국어버전으로 기대를 모았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은 아름다운 집시 에스메랄다를 둘러싼 세 남자 대성당 종지기 콰지모도, 대성당 주교 프롤로, 파리의 근위대장 페뷔스의 욕망을 그린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이들의 욕망은 순수한 사랑으로 전달되기도, 열렬한 배신으로 꽂히기도, 추잡한 집착으로 점철되기도 한다. 에스메랄다는 아름답다는 죄악 하나로 그사이를 정처 없이 떠돌다 생명력을 잃는다.
정성화, 양준모, 윤형렬, 유리아, 정유지, 마이클 리, 이지훈, 민영기 등 구멍 없는 완전체 캐스팅으로 돌아온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 버전에는 새롭게 합류한 아이돌 출신 뮤지컬 배우 3인방이 자리해 눈길을 끈다.
'노트르담 드 파리'는 대표적인 성스루(Sung-through) 뮤지컬로, 대사 없이 음악으로만 모든 감정을 전달해야 해 전문 뮤지컬 배우들에게도 뛰어난 표현력이 요구된다. 이 가운데 수많은 뮤지컬 작품으로 가창력과 연기력을 입증한 케이와 켄은 표현력 위에 호소력까지 더하며 베테랑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노련함을 선보인다. 특히 케이는 특유의 청아한 보이스로 페뷔스를 향한 사랑을 노래하는 플뢰르를 완벽하게 소화, 한국어버전에서만 누릴 수 있는 '플뢰르 드 케이'를 보여준다.
2022년 뮤지컬 '마타하리'로 화려한 데뷔식을 치른 마마무 솔라 역시 관객 호평 속에 두 번째 뮤지컬을 순항 중이다.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폭발적인 음역대, 관객을 사로잡는 댄스 실력, 매혹적인 눈빛과 제스처 등 솔라가 가진 탤런트가 모두 에스메랄다를 가리키고 있으니 이보다 더 찰떡인 캐스팅이 있을까.
공연의 묘미라 할 수 있는 앙상블도 초호화다. 대한민국무용대상 대통령상에 빛나는 안무가 황경미가 앙상블 댄서로 진두지휘하는 것은 물론 국립현대무용단과 다수의 작품을 선보인 무용수 정다래, 강다솜, 컨템포러리 댄스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무용수 나지원 등이 눈을 뗄 수 없는 동작들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완성도를 높인다.
이들의 하모니가 두드러진 넘버 '거리의 방랑자들', '미치광이들의 축제', '기적의 궁전' 등은 가슴 깊숙한 곳에서부터 웅장함을 끌어낸다.
'노트르담 드 파리' 한국어버전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3월 24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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