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년만에 돌아왔다, 넌버벌 ‘파란 세 남자’
2022.06.20 MORE파란 물감을 뒤집어쓰고 말없이 무대와 객석을 휘젓는 세계적 넌버벌 퍼포먼스 ‘블루맨’이 14년 만에 한국 팬들과 만난다.플라스틱 파이프를 ‘난타’하고 형형색색 물감을 튀기며 노는 블루맨들, 원초적 웃음을 자극하는 몸 개그도 서슴지 않는다.난타와 행위예술, 콩트를 질서 없이 뒤섞은 듯한 이 공연은 1991년 미국 뉴욕에서 시작해31년 간 전 세계 25개국 3500만여 명이 관람했다. 비언어극(nonverbal performance) 사상 최고 히트작이라 평가받는다.
‘블루맨 그룹’ 월드투어가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개막했다.이번 무대에 오르는 3명의 블루맨 버니 하스와 조 울머, 패트릭 뉴턴을 17일 만나
블루맨 쇼에 관한 모든 것을 캐물었다.
―왜 블루맨인가.
“블루는 가장 보편적인 색이다.논쟁이나 논란이 있는 색이 아니다. 예를 들어 빨간색은 악마나 위험, 초록색엔 지구, 외계인이 떠오르지 않나.”(조)
블루맨그룹 14년만에 내한 공연하는 블루맨그룹,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이지훈 기자블루맨그룹 14년만에 내한 공연하는 블루맨그룹,1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에서. 이지훈 기자
―블루맨 3인의 역할은 각각 무엇인가.
“한 명은 순진하고 한 명은 장난 끼 많고 한 명은 속이는 역할이다. 공통적으로 블루맨 모두 호기심이 많다. 다른 인간과 달리 아무 제약 없이 호기심을 탐구하는데 이것이 코미디를 유발한다.”(버니)
―블루맨 변신 과정이 궁금하다.
“분장은 우리가 블루맨 캐릭터에 융화되는 의식이기도 하다. 눈을 제외하고 라텍스 캡과 본드로 귀와 머리카락을 갑옷처럼 덮는다. 45분 정도 걸린다.”(패트릭)
―공연 중반 등장하는 “도시의 현대인은 땅속 배관으로 연결돼있다”는 아이디어가 재밌다. 플라스틱 배관들을 드럼처럼 활용하기도 한다.
“블루맨은 평범한 사물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걸 좋아한다. 보통 사람들은 버리는 플라스틱(배관)을 우리는 악기로 연주한다. 플라스틱을 재해석하고 현대인의 연결을 표현한다. 의미부여와 재해석은 블루맨의 중요한 정체성이다.(패트릭)”
―관객들이 직접 참여하는 것도 블루맨 쇼의 특징이다. 관객들과 사전에 조율하는 건가.
“NO! 모두 랜덤이다. 때때로 거부하는 관객도 있어서 (거부당할까) 무섭기도 하다. 한 감독님은 ‘우주인들이 모이는 자리가 있으면 지구인을 대표할 사람을 뽑으라’고 했다. 다만 양팔을 흔들며 자기를 뽑아 달라고 하는 사람은 절대 뽑지 않는다. 하하.(조)”
―어린이 관객도 많다.
“아이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우리가 가장 환영하는 리액션이다. 아이들이 웃지 말아야 하는 공연도 있지만블루맨 쇼에선 아이와 어른 모두 웃음을 참을 필요가 없다.(버니)”
―블루맨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우리와 비슷한 체형이어야 한다. 배경이나 국적은 상관없다.뉴욕에서 선발된 한 블루맨은 태국 출신의 생물학자였다.(패트릭)”
―그린맨, 레드맨이 생길까?
“블루맨 밖에 없지 않을까? 블루맨이 이 쇼의 이름인 만큼! (만약 생긴다면)우리는 그들과 싸울 것이다!”
8월 7일까지, 8만~14만 원. -
“블루맨, 가장 원초적 방식으로 세상과 연결되길 원하는 존재”
2022.06.13 MORE14년 만에 내한하는 ‘블루맨 그룹’ 캡틴 버니 하스
바다·하늘의 색… 열린마음 상징 내면의 즐거움 전달하는 게 목표
15일부터 코엑스서 ‘월드투어’‘블루맨’ 분장을 한 버니 하스의 모습.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온몸을 파랑으로 물들인 ‘블루맨’ 3명이 무대를 휘젓는다. 춤을 추고, 드럼통 등 여러 사물로 소리를 내며 연기한다. 때로는 록 콘서트, 때로는 난타 공연, 때로는 콩트, 때로는 행위예술 같다. 관객들은 눈으로 소리를 즐기며, 형형색색 물감이 튀어도 환호한다. 이 모든 것이 뒤섞여 ‘난장’을 펼치는 ‘넌버벌 퍼포먼스’ ‘블루맨 그룹’이 14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1991년 뉴욕에서 시작돼 전 세계 25개국에서 3500만 명이 본 ‘블루맨 그룹’이 오는 15일부터 8월 7일까지 서울 코엑스아티움에서 월드 투어를 연다. 이번 투어의 ‘캡틴’ 버니 하스(Barney Haas·사진)는 지난 10일 문화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블루맨은 인간이 가진 모습 중 가장 원초적인 방식으로 즐기고 세상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존재”라고 소개했다. 캡틴은 해당 공연의 블루맨 3인 중 한 명이자 총괄 역할을 맡는다. 뉴욕의 연출 부서와 프로덕션 사이 소통 창구도 그의 역할이다.
왜 하필 ‘블루’일까. 하스는 “우연히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아주 적합한 색상”이라고 운을 뗐다. 그에 따르면, 빨간색은 사악해 보일 수 있고, 초록색은 외계인이나 화성인이 떠올라 제외됐다. 하스는 “파란색은 바다, 하늘과 연관성을 가지고 광대함과 개방감을 떠올리게 한다”며 “블루맨이 가진 열린 마음, 끝없는 호기심, 경이로움과 매우 흡사하다”고 말했다.
무대에서 블루맨은 모든 것을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옷을 버릴까, 체면이 손상될까 봐 못하는 것들, 한 번쯤 해보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던 그 모든 것. 하스는 블루맨에 대해 “인간도, 외계인도 아니지만 분명 ‘다른 어떤 존재’”라며 “원초적인 방식으로 즐기고, 기쁨을 경험하고, 세상과 연결되기를 원하는 모습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모두가 내면에 지니고 있지만 일상에서 드러내기는 어려운 즐거움을 관객에게 상기시킨다”고 강조했다. 무대 위 거침없는 블루맨에게 관객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될 거란 얘기다.
배우에게도 블루맨이란 정체성은 에너지가 된다. 하스는 “정말 피곤하고 잘 안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때, 분장을 마치면 블루맨 캐릭터가 가진 장난기가 뇌의 사고 부분을 지배하게 된다”며 “내가 갖고 있는지도 몰랐던 에너지가 해방되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하스는 블루맨이 되기 전 교사였고, 연극 무대에 선 경험도 있다. 지금은 ‘기공’(氣功) 공인 강사이기도 하다.
이번 한국 공연에선 ‘음악가’란 캐릭터가 최초로 등장한다. 블루맨은 아니지만 머리를 파랗게 물들이고 드럼 등 각종 퍼커션 연주를 도맡는 역할로, 여성 배우 2명이 맡았다. PVC 파이프들을 두드리며 노는 드럼본 퍼포먼스와 물감이 사방에 튀는 페인트 드럼 등 핵심 퍼포먼스도 함께한다. 하스는 “공연 디자인이 많이 바뀌었기에 시각적으로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